경제 고고성장 우려와 재정 신중 필요성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삼중고의 현실

최근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경제를 둘러싼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가 동시에 지속되는 이른바 ‘삼중고’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다. 물가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고, 환율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고금리 기조 또한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지가 되고 있다.

특히 고물가는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생활필수품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소비가 줄어들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로 연결되고, 다시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삼중고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 지표상의 수치가 아니라,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금리 인하가 어려운 이유와 정책적 딜레마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 금리를 섣불리 낮출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화 완화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이 때문에 통화 정책은 사실상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정책적 제약 속에서 재정 정책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신중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의원이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낸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재정 지출 확대는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재정 지출이 이뤄질 경우,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확장 재정의 한계와 ‘선별적 접근’의 필요성

확장 재정 자체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방향성과 방식이다. 단순히 재정을 풀어 소비를 자극하는 방식은 효과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재정 지출이 특정 계층이나 특정 분야에 집중되면서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소비 쿠폰 확대 정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소비 쿠폰은 단기간 소비를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생산성 향상이나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오히려 공급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만 늘어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 쿠폰 정책에 대한 엇갈린 시선

소비 쿠폰 정책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 자주 활용되는 수단이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소비 쿠폰은 특정 기간 동안 소비를 앞당기는 효과는 있었지만, 장기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지금 쓸 돈을 미리 쓰게 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 쿠폰은 재정 부담을 동반한다.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복적인 소비 지원 정책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고물가 상황에서는 소비 자극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부동산 규제 완화, 또 다른 불안 요인인가

부동산 정책 역시 논쟁의 중심에 있다. 일부에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고금리 환경에서 무리한 규제 완화는 가계 부채를 다시 확대시키고, 주택 가격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특히 대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주택 수요가 급격히 늘 경우, 또 다른 금융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은 한 번 과열되면 조정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시장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성과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출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 활성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지출 확대보다 투자 활성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며, 생산성이 개선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경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개선, 세제 인센티브, 기술 혁신 지원 등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보다는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장의 신뢰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시점

결국 현재의 경제 상황은 성급한 해법보다는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라는 삼중고 속에서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만큼, 과도한 확장 재정 역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소비 쿠폰과 부동산 규제 완화 같은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보다 장기적인 부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출 확대’가 아니라,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울 수 있는 투자 중심의 정책 전환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하고 책임 있는 정책 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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