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수정 논의와 자사주 소각 문제


상법개정안 ‘자사주 소각 의무화’, 수정론이 부상하는 이유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른바 ‘3차 상법개정안’에 대한 수정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조항으로, 기업의 주주환원 강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고,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법안의 취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현행 안 그대로는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경영 전반에 미칠 파장을 보다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과 현실의 간극

상법개정안이 추진된 가장 큰 이유는 주주가치 보호다. 자사주는 그동안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의결권 구조를 만드는 데 활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소각으로 연결시켜 주식 수 자체를 줄이면 주당 가치가 높아지고, 기업의 이익이 주주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귀속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일률적으로 의무화할 경우, 기업의 재무 전략 선택권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 기업마다 재무 구조와 성장 단계가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소각을 강제하는 방식은 오히려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

전문가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재무 건전성이다. 자사주 소각은 곧 자본 감소를 의미한다. 현금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과 달리,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자사주 소각이 재무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기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데, 소각 의무화는 이러한 대응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기업의 자산 구조를 왜곡하고, 불필요한 차입이나 자산 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부양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 여력과 연구개발(R&D)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경영 전략 전반에 미치는 영향

자사주 매입부터 소각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기업의 중장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보다, 법적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자금을 소각에 사용해야 한다면 성장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주주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모든 주주가 자사주 소각을 동일하게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주주는 안정적인 배당이나 장기 성장 전략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소각 의무화는 이러한 다양한 주주 선호를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인 방향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부담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은 자본 여력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고, 금융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각 의무까지 더해질 경우, 경영 안정성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동일한 기준으로 묶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적용 방식에서는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수정 논의가 향하는 방향

현재 제기되는 수정론은 자사주 소각 자체를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의무화 방식에 대한 재검토에 가깝다. 기업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보장하면서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예를 들어 소각 의무를 완화하거나,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또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투자자, 노동자 등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법안은 시행 과정에서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

상법개정안과 자사주 소각 문제는 단순히 주가나 기업 이익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고용 안정, 나아가 경제 전반의 역동성과도 연결된 사안이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이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번 수정 논의는 제도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가져올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영향을 냉정하게 비교하고, 균형 잡힌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 개정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기업과 주주, 사회 전체가 함께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는 과정이 지금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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